CNC 가공 견적, 어렵게 느껴지시나요? 처음 부품 발주를 준비하는 구매담당자나 개발자라면 "도면은 어디까지 그려야 하지?", "단가는 어떻게 산정되는 거지?" 같은 질문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 글에서는 견적 요청부터 최종 단가 확인까지, 실무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정리했어요. 5년 차 구매팀장이 신입에게 알려주는 노하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1. 도면 준비: 2D와 3D, 어디까지 필요한가
CNC 가공 견적의 시작은 도면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조합은 3D 모델(STEP/IGES 파일) + 2D 도면(PDF/DWG)이에요. 3D 모델로 형상을 파악하고, 2D 도면에서 공차(예: ±0.01mm)와 표면조도(Ra 3.2 등) 같은 세부 스펙을 확인하는 구조입니다.
만약 3D 모델만 있다면? 대부분의 가공업체는 견적 가능하지만, 중요 치수의 공차 범위를 별도 문서로 명시해주세요. 반대로 2D 도면만 있는 경우엔 복잡한 3차원 형상(언더컷, 곡면 등)은 해석 오류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필수 표기 사항: 재질(A6061-T6, SUS304 등), 열처리 여부, 표면처리(아노다이징, 무광 등), 중요 치수의 공차. 이 네 가지가 빠지면 재견적 요청이 돌아옵니다.
2. 수량과 납기: 단가를 좌우하는 두 변수
CNC 가공 단가는 수량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집니다. 같은 부품이라도 10개 주문 시 개당 50,000원, 500개 주문 시 개당 8,000원 수준으로 차이 나는 게 일반적이에요. 이유는 초기 셋팅(프로그래밍, 지그 제작) 비용이 고정비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견적 요청 시엔 최소 두 가지 수량 옵션을 제시하세요. 예를 들어 "시제품 20개 + 양산 1,000개" 이렇게요. 업체 입장에서도 물량 규모를 보고 설비 투입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납기도 단가에 영향을 줍니다. 2주 납기 vs 3일 특급 차이는 보통 20~30% 추가 비용으로 책정돼요. 정말 급한 게 아니라면 표준 납기(보통 2~3주)로 요청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그리고 견적서에 "입금 후 며칠"인지 "견적 승인 후 며칠"인지 기준일도 꼭 확인하세요.
3. 소재 선택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
알루미늄(A6061)과 스테인리스(SUS304)는 CNC 가공에서 가장 흔한 소재인데, 단가 차이가 2배 이상 납니다. 알루미늄은 절삭이 쉽고 칩 배출이 원활해 가공 시간이 짧지만, 스테인리스는 공구 마모가 심하고 절삭 속도도 느려서 비용이 올라가는 구조예요.
더 구체적으로 보면 A6061-T6(범용 알루미늄) < A7075(고강도) < SUS304(스테인리스) < SUS316(내식성) < 티타늄 순으로 가공비가 증가합니다. 재질 자체의 원재료비 차이도 있지만, 가공 난이도가 핵심 변수예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POM, MC나일론 등)은 금속 대비 저렴할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형상이 단순하면 저렴하지만, 정밀공차가 필요하거나 열변형 우려가 있으면 오히려 작업 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요. 소재 선택 전에 용도(강도, 내식성, 경량화 등)를 명확히 정리해두면 업체와 소통이 훨씬 수월합니다.
4. 가공 난이도를 결정짓는 형상 요소들
같은 크기의 부품이라도 형상에 따라 가공 시간이 3~4배 차이 날 수 있습니다. 견적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면 이런 요소들을 체크해보세요.
고난이도 형상: 깊은 포켓(depth/width 비율 5:1 이상), 얇은 벽면(2mm 이하), 미세 구멍(Ø1mm 이하), 나사산 가공, 언더컷 구조. 특히 언더컷은 5축 가공이 필요할 수 있어 비용이 급증합니다.
공차도 핵심입니다. 일반 공차(±0.1mm)는 표준 가공으로 커버되지만, ±0.01mm 이하 정밀공차는 추가 가공 단계(연삭, 와이어컷 등)나 검사 공정이 들어가요. 모든 치수에 타이트한 공차를 주는 것보다, 조립/기능상 중요한 부위만 선택적으로 지정하는 게 비용 절감의 지름길입니다.
표면조도도 마찬가지예요. Ra 6.3(일반)과 Ra 1.6(정밀) 사이엔 연마 공정 유무 차이가 있습니다. 외관 부품이 아니라면 과도한 스펙은 피하는 게 좋아요.
5. 견적서 받은 후 체크해야 할 항목들
드디어 견적서가 도착했습니다. 단가만 보고 끝내면 안 돼요. 다음 항목들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1) 단가 구성: 재료비/가공비/표면처리비가 분리 표기됐는지, 아니면 일괄 단가인지. 추후 수량 변경 시 재협상 근거가 됩니다. 2) MOQ(최소주문수량): "100개 이상 이 단가"라는 조건이 숨어있을 수 있어요. 3) 금형/지그 비용: 초도 제작 시 별도 비용(5~30만 원)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주문 땐 빠지니까 명확히 구분하세요. 4) 검사성적서: KS/ISO 기준 검사성적서가 필요하다면 추가 비용(건당 5만 원 내외)이 붙습니다. 5) 납기 계산법: "영업일 기준 10일"인지 "주말 포함 10일"인지도 확인 포인트예요.
공장매칭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면 여러 업체 견적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단, 가장 싼 견적이 항상 정답은 아니에요. 납기 준수율, 품질 이력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
정리: 견적 받기 전 꼭 챙길 다섯 가지
1. 도면 완성도: 3D+2D 조합, 재질·공차·표면처리 명시 2. 수량 옵션: 시제품/양산 구분해서 요청 (단가 차이 확인용) 3. 소재 명확화: 용도에 맞는 재질 선택 (과도한 스펙 지양) 4. 형상 단순화: 불필요한 정밀공차·언더컷 제거로 비용 절감 5. 견적서 디테일: MOQ, 초도비용, 납기 기준일 꼼꼼히 체크
---
자주 묻는 질문
Q1. 도면 없이 샘플만 보내도 견적 가능한가요? 가능은 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업체가 샘플을 측정해 역설계(리버스 엔지니어링)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 경우 별도 비용(10~50만 원)이 청구될 수 있어요. 내부 형상이나 재질은 파악이 어려워 오차 가능성도 높습니다. 최소한 2D 스케치라도 제공하시는 걸 권장합니다.
Q2. 시제품 10개 후 양산 전환 시 단가 재협상이 가능한가요? 대부분 가능합니다. 다만 초도 견적 시 "양산 물량 ○○개 이상 시 단가 ○○원"처럼 조건부 가격을 미리 받아두세요. 양산 타이밍에 다시 협상하면 시간이 지체되거나 조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수량별 단가 테이블을 포함시키는 게 안전해요.
Q3. 3축과 5축 가공, 단가 차이가 얼마나 나나요? 형상에 따라 다르지만, 5축이 필요한 복잡 형상은 보통 30~80% 더 비쌉니다. 다만 3축으로 여러 번 셋업 바꿔가며 작업할 바엔 5축으로 한 번에 끝내는 게 오히려 저렴한 경우도 있어요. 견적 단계에서 "3축 가능 여부"를 먼저 물어보시고, 불가능하다면 5축 업체를 찾는 게 순서입니다.
Q4. 표면처리(아노다이징, 도금 등)는 별도 견적인가요? 네, 대부분 가공비와 분리됩니다. CNC 업체가 외주 협력사에 맡기는 구조라 일정도 추가로 소요돼요(보통 3~5일). 아노다이징은 색상별로 단가가 다르고(흑색이 가장 저렴), 도금은 두께(㎛)에 따라 비용이 달라집니다. 표면처리까지 포함된 통합 견적을 원하시면 요청 시 명시하세요.